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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반을 욹어먹은 상놈
작성자 관리자
내용
 
  - 체보자 : 김 동 식  
 
옛날에 상놈이 양반곁에 사는데 "아 당체 저집은 잘살고 나는 맨날 궁색해 사니 양반을 좀 욹어먹을 수밖에 없겠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날은 이놈이 궂은일도 자주해 주고 심부름도 잘 해주고 밤낮없이 그 집 덕에 살긴 살지 가만히 연구를 해보는데 어느날 이놈이 그만 앓더니 그만 죽었다고 그 안식구가 양반네 한테 기별을 하러왔네
"아이고 제 남편이 갑자기 아프다고 하더니 죽었습니다." "아 죽다니 그 우짼일이냐? 멀쩡했던 사람이 죽다니" "우째 갑작스레 저렇게 세상을 떠나니 이 일을 어떡 합니까?" "핫 그거 참 안됐구나! 어떡하나 뭐 죽었으니 장사나 지내주지" "장사는 금방 안지내구 며칠 놔둬야 되겠어요. 좀 편할런지 때마침 까물어 쳤는지 모르니깐 며칠 놔 둘랍니다" "오~ 그럼 니 말대로 해라" 며칠 있다가

"아! 깨어났다"고 한단 말이야. 야 저놈이 죽었다가 깨어나니 참 희안하거든 죽었다가 깨어났으니 말이야!" "뭐? 그래 깨어났다구!" 예 한참 죽었지요. 죽었는데 깨어났습니다." "게 저승을 갔다왔나?" "예 저승을 갔다왔습니다." "저승을 갔더니 어떻든가?" "참 얘기하기가 기가 막힙니다." "뭐가 기가 막힌지 얘기 해봐라!" "아이고 뭐 얘기하기가 짝이 없습니다요." "아 얘기 해봐라"

"뭐 샌님이 굳이 하라니까 할 수 밖에요. 저승과 이승은 아주 틀려요" "그래 틀려? 첫째는 뭐가 틀리든가" "예 글쎄 우리 아부지하고 댁 마님하고 글씨 내우가 됐습니다." "애끼, 망할놈 그게 뭔소리냐? 당체 그런 소리 두 번 다시 하지마라" " 이젠 안하지요" 그리고 며칠 뒤 이놈이 의관을 하구나서 " 너 어디가나?" "아 누가 저승얘기하러 오라고 하는데 거길 갈라구 그럽니다." "아 이사람아 이리 오너라, 너 양식이 떨어진 모양이구나, 이제 해 넘어가기 전에 쌀 여나무가마 돌려 줄터이니 당체 그런소릴 말구 들어가거라, 당체 그런소리 하지마라

야 이젠 팔자가 대상이거든 돈 떨어지면 얘기하러 간다고 하면 불러 가지고 한 보따리씩 주니 뭐 고생 끝이지 뭐 이렇게 몇 해를 주다보니 그만 상놈이 양반이 돼버렸네 저놈한테 도리어 그만 붙어 먹게 됐단 말여 이런 망할놈의 일이 있나 뭐 양반이 물에 빠져 죽어도 개 해엄은 안한다는 말이 있쟎아요? 그놈한테 도루 달래기는 챙피하고 어떻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 그렇잖으면 생목숨 죽지 못하고 참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된 판이니 넌 잘살고 난 못사니, 이젠 너라고도 안하지

"어떻하나 좀 먹여 살려줘야 되겠네" "'아 샌님 그게 뭔 소리래요? 황소다리가 마르믄 아주 마르겠습니까?" 아 이놈이 줄생각 안하니 빚을지고 난리가 난 거지뭐! 인젠 참 죽을 지경이니 또 가서 애걸을 하니 하는수 없어 " 정 그러시면 좀 가져가시오" 또 쌀 몇가마 들려주구 하는데 매번 줄때마다 받을적에 받은 반도 안주는거야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모아두고...

그렇게 하다보니 도루 양지가 음지되서 도루 부자가 되었고 살림살이가 거덜난 상놈은 그집에서 붙어 먹고 살기가 죽었다.
 
 
등록일 2007년 12월 27일 10시 38분 11초
수정일 2014년 10월 5일 20시 56분 4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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