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옛날에 상놈이 양반곁에 사는데 "아 당체 저집은 잘살고 나는 맨날 궁색해 사니 양반을 좀 욹어먹을 수밖에 없겠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날은 이놈이 궂은일도 자주해 주고 심부름도 잘 해주고 밤낮없이 그 집 덕에 살긴 살지 가만히 연구를 해보는데 어느날 이놈이 그만 앓더니 그만 죽었다고 그 안식구가 양반네 한테 기별을 하러왔네 "아이고 제 남편이 갑자기 아프다고 하더니 죽었습니다." "아 죽다니 그 우짼일이냐? 멀쩡했던 사람이 죽다니" "우째 갑작스레 저렇게 세상을 떠나니 이 일을 어떡 합니까?" "핫 그거 참 안됐구나! 어떡하나 뭐 죽었으니 장사나 지내주지" "장사는 금방 안지내구 며칠 놔둬야 되겠어요. 좀 편할런지 때마침 까물어 쳤는지 모르니깐 며칠 놔 둘랍니다" "오~ 그럼 니 말대로 해라" 며칠 있다가
"아! 깨어났다"고 한단 말이야. 야 저놈이 죽었다가 깨어나니 참 희안하거든 죽었다가 깨어났으니 말이야!" "뭐? 그래 깨어났다구!" 예 한참 죽었지요. 죽었는데 깨어났습니다." "게 저승을 갔다왔나?" "예 저승을 갔다왔습니다." "저승을 갔더니 어떻든가?" "참 얘기하기가 기가 막힙니다." "뭐가 기가 막힌지 얘기 해봐라!" "아이고 뭐 얘기하기가 짝이 없습니다요." "아 얘기 해봐라"
"뭐 샌님이 굳이 하라니까 할 수 밖에요. 저승과 이승은 아주 틀려요" "그래 틀려? 첫째는 뭐가 틀리든가" "예 글쎄 우리 아부지하고 댁 마님하고 글씨 내우가 됐습니다." "애끼, 망할놈 그게 뭔소리냐? 당체 그런 소리 두 번 다시 하지마라" " 이젠 안하지요" 그리고 며칠 뒤 이놈이 의관을 하구나서 " 너 어디가나?" "아 누가 저승얘기하러 오라고 하는데 거길 갈라구 그럽니다." "아 이사람아 이리 오너라, 너 양식이 떨어진 모양이구나, 이제 해 넘어가기 전에 쌀 여나무가마 돌려 줄터이니 당체 그런소릴 말구 들어가거라, 당체 그런소리 하지마라
야 이젠 팔자가 대상이거든 돈 떨어지면 얘기하러 간다고 하면 불러 가지고 한 보따리씩 주니 뭐 고생 끝이지 뭐 이렇게 몇 해를 주다보니 그만 상놈이 양반이 돼버렸네 저놈한테 도리어 그만 붙어 먹게 됐단 말여 이런 망할놈의 일이 있나 뭐 양반이 물에 빠져 죽어도 개 해엄은 안한다는 말이 있쟎아요? 그놈한테 도루 달래기는 챙피하고 어떻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 그렇잖으면 생목숨 죽지 못하고 참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된 판이니 넌 잘살고 난 못사니, 이젠 너라고도 안하지
"어떻하나 좀 먹여 살려줘야 되겠네" "'아 샌님 그게 뭔 소리래요? 황소다리가 마르믄 아주 마르겠습니까?" 아 이놈이 줄생각 안하니 빚을지고 난리가 난 거지뭐! 인젠 참 죽을 지경이니 또 가서 애걸을 하니 하는수 없어 " 정 그러시면 좀 가져가시오" 또 쌀 몇가마 들려주구 하는데 매번 줄때마다 받을적에 받은 반도 안주는거야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모아두고...
그렇게 하다보니 도루 양지가 음지되서 도루 부자가 되었고 살림살이가 거덜난 상놈은 그집에서 붙어 먹고 살기가 죽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