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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KTX 4월호에 단양역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 문수자
내용

기억도 희미해진 30년 전 쯤, 이젠 이 하늘아래에 없어 더 그리운 엄마 따라 한번 왔던 단양에, 지금 7년째 살고 있습니다.

 

'꽃 피는 봄 사월이 돌아오면' 으로 시작하는 망향이란 노래처럼 기차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된 시와 소설이 있는 단양역 풍경(KTX 4월호)을 읽고 혼자 보아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대로 옮겨 봤습니다.

 

고단과 서러움을 의복처럼 걸친 사람들에게 단양역 주변의 빼어난 경치나 놀이의 감흥쯤은 애당초 관심거리가 못된다. 삶도 풍광도 어차피 양면성을 띠게 마련. 우리 시대의 새 단양역은 이 양면의 접점에 서서 열차를 떠나보내고 맞는다.

 

단양역 앞에서

 

석화를 바치느라 산은 절개되었다.

눈발 속에 마주 누운 산도 하늘도

회색빛이었다.

마비된 산기슭은 시가지로 넘어드는 고갯길을

뒤틀어놓았고

그 위엔 사람들이, 차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눈발이 내리고 또 내리면

시내버스 승강장 표지판 아랜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를 등에 업고 앉아 있었다.  (중략)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 물길의 맨 윗자락에 위치하는 단양은 산과 물, 천연동굴과 역사 유적까지 모두 아우르는 자원을 지닌 충청. 강원접경의 관광중심지로 소문이 나 있다. 도담삼봉으로 대표되는 ‘단양팔경’이 고을의 이름보다 더 널리 화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 단양’  ‘구 단양’ 이란 명칭이 아직 남아있는 데서 보듯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단양 시가지는 예전의 그 단양이 아니다. 긴 역사의 시대를 거쳐 온 옛 단양은 예전의 그 단양이 아니다. 긴 역사의 시대를 거쳐 온 옛 단양은 벌써 오래전에 남한강 물속에 잠겼다.

 

1980년대 초, 충주댐이 건설되면서부터 남한강 상류 변에 앉았던 옛 단양은 수몰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강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 높은 지대에 조성된 새 터에 주민을 옮겨 살게 하는 이주사업은 1985년 7월에 완료됐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총 2684세대의 이주 대상 중 실제로 신 단양으로 옮겨 간 숫자는 1800세대였다. 나머지 세대는 아예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단양 땅에 물이 차오르기 이전까지는 지금의 단성역이 단양 역이었다. 지금의 단양 역은 신단양의 시가가 조성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역이다. 그래서 역 건물도 계획도시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지명이며 철길너머 절개지와 걸맞게 지붕은 온통 붉은 빛이며 지붕에서 지면까지 이어진 삼각골의 새하얀 중심축은 수몰에 대비되는 안정감을 강하게 풍긴다.

 

 짙푸른 충주호와 소백산, 금수산의 절경, 기암절벽, 그리고 동굴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단양역이지만 시로 그려진 역 그림은 이와 동떨어진 분위기를 가진다.

 

눈발이 점점 드세지고 있는 어느 겨울날, 아이를 업은 사과와 귤 따위를 팔러 나온 아낙의 모습이 역을 배경으로 그림의 중심에 있다. 날은 춥고, 아이는 칭얼대는데 물건은사 주는 손님도 없다. 날이 저물 무렵, 시아버지로 보이는 키 작은 노인이 와서 짐 싸는 아낙을 도와준다. 이것이 이들의 일상이며 삶이다. 이렇듯 고단과 서러움을 의복처럼 걸친 이들에게는 주변의 빼어난 경치와 놀이의 감흥쯤은 애당초 관심거리도 못된다. 시멘트 공장에서 뿜어나오는 먼지와 산을 허물면서 석회를 실어 나르는 트럭들의 굉음이 차라리 이들의 삶과 밀착돼 있다. 따라서 신 시가지로 넘어가는 고갯길의 사람과 차들이 눈발처럼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삶도 풍광도 어차피 양면성을 띠게 마련인데 우리 시대의 새 단양 역은 이 양면의 접점에 서서 열차를 떠나보내고 맞는다. (글: 최 학)

등록일 2008년 3월 31일 14시 30분 56초
수정일 2008년 4월 2일 13시 25분 2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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